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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트로 마케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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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식회사 모리사와코리아 2022. 2. 21.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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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트를 점정(點睛)하다.

 

작성자 : 김종혁 (모리사와코리아 이사)

 

 
현재 국내외 기업들이 공개한 무료 폰트는 총 200여 종에 달하며, 우리나라는 매년 한글날이 되면 각 기업이 마케팅의 일환으로 무료 폰트를 제작해 배포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2018년 한글날에 공개된 무료 기업 전용 폰트만 하더라도 빙그레 '따옴체', Tlab '신영복체', 여기어때 '잘난체', 배달의민족 '한나체 air', 한돈닷컴 '한돈체', '넷마블체', '배스킨라빈스체', '다온폰트 7종' 등이 있다.
 
국내 기업의 전용 폰트 개발은 2004년 현대카드 ‘유앤아이체’를 효시로 보는데 이후 삼성생명, 하나금융그룹 등 금융권과 KT, 삼성전자, 네이버 등 IT업계를 거쳐 최근에는 지자체를 중심으로 식품, 유통, 병원 등 산업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적게는 수백,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몇억 원까지 드는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이렇듯 기업들이 전용 폰트 개발에 나서는 이유는 제품 차별화 및 기업의 일관된 아이덴티티 때문이다. 과거에는 로고와 상표를 통일하고 대표색을 지정하는 정도였으나, 대기업의 경우 계열사별 통일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폰트까지 통일하는 단계로 진화한 것이다.
 
기업 전용 폰트는 하나로 정형화된 브랜드 정체성을 각인시키고, 소비자들이 직접 사용하고 체험을 공유할 수 있는 만큼 기업에 대한 유대감을 형성시킬 수 있다. 이에 기업들은 충성도 높은 고객 유치를 위해 쏟는 셀 수 없이 많은 마케팅 전략을 폰트가 어느 선까지 커버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현재 많은 전용 폰트가 제작되어 사용되고 있으며, 타 마케팅 수단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누리고 있는 것이 바로 국내 폰트 마케팅의 현주소라 할 수 있다.
 
종종 폰트 회사에 의뢰해 제작한 폰트의 퀄리티에 의문을 품는 경우를 보는데, 이러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을 듯싶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비싼 비용을 지급해야 하기에 기업의 규모를 떠나, 대충 제작해 달라고 하는 곳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폰트 회사 역시 자사의 이미지와 평판이 걸려 있는 문제인 만큼 결코 허투루 만들 수 없다. 실제로 현재 배포 중인 무료 폰트들은 완성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어서 개인적으로는 그 해 발표된 전용 폰트들을 모아 놓고 소비자들과 전용 폰트 어워드를 개최하고 싶은 정도이다.
 
현대 정보화시대 사회에서는 비슷한 기능과 가치를 지닌 수많은 브랜드가 탄생하고, 이들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따라서 브랜드에 대한 고객의 충성도를 확보하기 위해 타깃 소비자의 생활양식과 가치변화를 따라잡고 이들이 원하는 것을 한발 앞서 제공할 수 있는, 끊임없는 혁신이 필수이다. 특히 브랜드가 포지셔닝되는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 상품, 혁신이라는 세 요소가 잘 맞물려야 하는데, 특히 여기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은 브랜드를 성공으로 이끄는 중요한 수단이다.
 
다만, 전용 폰트를 제작하려는 기업들은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기업의 전용 폰트는 소통을 위한 문자인 동시에 시각적 형태의 중요한 축이기에, 단순한 폰트 개발에서 벗어나 제품에까지 적용되는 디지털 과정을 거쳐야만 진정한 전용 폰트로서의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영어는 대·소문자 52자만 디자인하면 되지만 한글은 기본자(2350자)만 개발할 경우, 향후 신조어를 표현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어 자음과 모음을 조합해 1만 자 이상을 디자인해야 한다.
 
즉, 한번 만들면 사라지지 않는 폰트를 ‘요즘 유행이니까.’, ‘다른 기업이 만드니까 우리도 만든다.’라는 식으로 접근하면 기대와 다른 결과를 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철저한 콘셉트 및 충분한 시간과 예산을 설정한 후 통합적 커뮤니케이션을 잘 할 수 있는 제작사를 찾아서 진행하는 것이 필수라고 할 수 있다.
 
한편, 기업이 전용 폰트를 제작해 일반에 무료로 제공하는 형태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이러한 특수성을 지닌 한국 폰트 시장을 이야기할 때 외국 폰트 회사들은 한국에서는 그럼 누가 유료 폰트를 사서 쓰는지 묻곤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폰트 회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전체 폰트 시장의 파이가 커지고 있고, 폰트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국내 폰트의 양적・질적 수준이 올라갈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국내 폰트 회사들은 전용 폰트 제작사로 전락하고 대다수 폰트 회사들이 문을 닫게 될 것이며, 그로 인해 한국 폰트 시장은 결국 퇴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물론 무리한 단속으로 폰트 회사에 대한 인식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라이선스 걱정 없이 양질의 폰트를 사용할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좋다는 입장이다.
 
앞으로 폰트 회사들은 소비자들이 유료로 구매하는 것을 당연시 여겨 양질의 폰트를 제작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며, 또한 무리한 단속을 통한 폰트 영업을 중단하고 라이선스 위반 시, 무리한 패키지 강매로 이어지는 판매 행위가 아닌, 엄중 경고 또는 지도가 우선시되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소비자와 기업 그리고 폰트 회사들의 상호 신뢰가 쌓아진다면 세계 최고의 문화유산인 우리의 한글이 세계화로 나아가는데 커다란 밑거름이 될 것이 틀림없다.
 

본 칼럼은 LINK 2018에 기고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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